동여편고(東輿便攷)는 우리 청김의 불멸의 선조님이신 고산자 김정호 선조님께서 조선 후기에 ****편찬하신 지리지(地理誌)입니다. 이 서적은 김정호 선조님의 친필 서적으로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생몰연대조차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선조님의 친필이 남아있어 선조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고 감동적인 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 운영자 노경(노철)

실물로 구경하는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희귀본 (7)

<동여편고(東輿便攷)>

삶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즐거움

어떻게 하다보니까 2002년부터 고지도와 지리지를 늘 접하는 삶을 살게 되었고, 쉽게 볼 수 없는 옛 것이라서 처음 볼 때는 놀라움 그 자체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200년이 훨씬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좀이 먹은 것을 제외하면 옛날의 그 색을 지금까지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고지도. 빽빽한 글씨만 들어있는 것 같지만 한자 한자 정성들여 써내려간 이름 모를 말단 관원의 솜씨가 담겨 있는 지리지. 이런 것들을 바로 눈앞에 보면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그림 1. 동여편고(東輿便攷) 표지

▲ 그림 1. 동여편고(東輿便攷) 표지

아무리 오래되고 소중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자꾸 보면 그냥 일상이 되어버리고, 옛 것을 보는 놀라움의 즐거움을 언젠가부터 느끼지 않게 된다. 특별전에 나온 유리 전시대 속의 옛 것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너무나 진지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겐 이런 나의 변화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직업이 되어버린 일에서 매일 매일 놀라움의 연속이라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직업은 직업으로 생각해 주는 것, 그것이 서로를 이해하는 첩경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일상화된 직업 속에서도 아주 가끔은 놀라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늘 그런 것으로 대하던 것이 어느 순간 늘 그런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 것 또한 인간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일 아닌가. 나에게도 늘 그렇게 대하던 고지도와 지리지가 어느 순간 늘 그렇지 않게 다가오는 때가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뭔가를 볼 수 있을 때가 바로 그런 순간이다.

국립중앙도서관 고전운영실에서는 소장 고문헌 중 매년 한 분야를 선택하여 연구자들에게 꼭 소개해야 할 책을 선별한 후, 서지사항과 간단한 해설을 첨가한 ‘선본해제’를 간행한다. 그리고 작년은 내가 늘 접하고 살아야만 하는 분야 중의 하나인 지리지가 선택되었고, 그 중의 일부에 대한 해설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미 도서관에 오기 전에 7년 2개월 동안 몸담았던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 지리지에 대한 해설을 너무나 많이 써본 나였기에 그 작업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선본해제’ 간행사업의 담당자는 아니었지만 그 동안 지리지를 주로 다루어왔다는 삶의 궤적 때문에 우리 도서관 소장 모든 지리지의 목록을 지역별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또한 자료를 수시로 열람할 수 없는 도서관 밖 해제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도서관 안에 있는 내가 해야만 하는 지리지를 선별하는 직업도 병행하였다. 결과적으로는 쉬운 것으로 판명 난 것도 있지만 나는 해제하기 가장 어려운 지리지를 주로 선택하였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지리지 하나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東輿便攷(동여편고)’였다.

▲ 그림 2. 동여편고 본문

▲ 그림 2. 동여편고 본문

지리지의 목록을 지역별로 정리할 때 정확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으면 우리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상세정보와 원문보기 서비스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처음부터 모든 지리지를 출고하여 확인하기엔 양이 너무 많았고, 일의 진척 속도 또한 너무 느렸기 때문이다.

‘동여편고’의 차례가 되었고, 모든 것이 ‘未詳(알 수 없음)’으로 처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 도서관 홈페이지의 원문보기 서비스를 보러 들어갔다. 아직 간단한 설명이 수록되어 있지 않았고, 흑백의 복사본으로 이미지가 서비스되고 있었다. 표지를 지나자마자 지리지에 수록된 고을이 도별로 정리된 목차가 나왔다. 이 때까지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넘겨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동여편고의 본문이 시작되는 ‘京都(경도)’ 부분이 나왔다.

순간 ‘어 이거 뭐야!’라는 소리가 입에서 저절로 튀어 나왔다. 위아래의 여백 부분에 너무나 작은 글씨가 빼곡했는데 도저히 알아볼 수 없었다. 본문의 중간 중간에도 작은 글씨가 군데군데 들어가 있었다. 한 장을 넘기고 또 한 장을 넘겨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팍 들어왔다. 원문보기만으로는 어떤 내용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고, 이내 작업을 중단하고 출고증을 만든 후 바로 지하 4층의 고문헌 서고로 내려갔다.

청구기호 ‘한古朝60-75’. 일제강점기부터 있던 고문헌이라는 소리다. 그곳에 다가가는 나의 가슴은 호기심에 두근거렸다. 도대체 어떤 지리지일까? 어느덧 ‘동여편고’가 눈에 들어왔고, 곧바로 포갑을 열었다. 그리고 한장 한장을 떨리는 마음으로 넘기기 시작했다.

위아래의 여백과 본문의 여기저기에 아주 작은 글씨가 빼곡했고, 너무나 작아 유의해서 읽지 않는 한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군데군데 찍찍 그어 새로 쓴 흔적도 보였고, 나중에 붉은 글씨로 수정한 곳도 있었다. 심한 곳은 얇고 긴 종이를 새로 덧댄 후 그 위에 아주 작은 글씨를 써넣는 수정도 가했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경상도의 英陽縣(영양현) 부분은 새로 써서 삽입한 상태였고, 목차의 경상도 부분에도 영양이 없다가 첨가된 흔적이 역력했다.

오랜만에 지리지를 보면서 가슴이 쿵쾅거리는 놀라움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좀 나쁘게 말하면 아주 지저분한 지리지였다. 주로 깔끔하게 정리된 지리지만 접한 나였기에 복잡하게 교정한 흔적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놀라울 따름이었다. 도대체 누가 왜 이렇게 만든 것일까? 서고에서는 확인할 수 없어 사무실로 가지고 올라온 후 곧바로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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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동여편고 뒷부분

▲ 그림 3. 동여편고 뒷부분